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국내 여성암 가운데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방암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인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유방암 환자는 2만 9528명으로, 전체 여성암의 21.8%를 차지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 시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으나 4기 전이성 단계에서는 생존율이 34%까지 떨어져 조기 진단이 생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수용체양성(HR+)·HER2 음성(HER2-) 아형의 절반가량은 PIK3CA, AKT1, PTEN 등의 유전자 변이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PI3K·AKT 경로가 과활성화돼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 전이성 HR+·HER2- 유방암 환자들은 기존의 내분비요법(ET)이나 CDK4/6 억제제 기반 1차 치료에 실패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2차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실제 이러한 환자의 약 절반은 진단 후 5년 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며 치료 미충족 수요가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AKT 억제제 '티루캡'(성분명 카피바설팁)이 유전자 변이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티루캡은 PI3K, AKT, PTEN 경로의 중심 조절자인 AKT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유전자 변이에 따른 비정상적인 세포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다.
전이성 HR+·HER2- 유방암 환자 708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2상 임상(CAPltello-291)에서는 티루캡·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이 위약 대비 무진행생존기간(mPFS)을 약 2.5배 개선했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 역시 31% 개선 경향을 보였으며 약물 관련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 같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티루캡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2차 표준 치료 옵션(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종양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등 국내외 주요 학회에서도 유전자 변이 유무에 따라 치료 전략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는 추세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한 정밀 진단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NGS 선별급여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이 50%에서 80%로 인상되면서 정밀진단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티루캡 처방을 위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유전자 변이(PIK3CA, AKT1, PTEN)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권장 검사는 NGS 검사가 유일하다.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 인상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등장과 NGS 관련 국내외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된 만큼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