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오는 9월부터 예금보호한도가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확대된 보호한도만큼 더 높은 예금금리를 찾아 은행에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으로 '머니무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 고객 이탈을 방지해 소폭 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무한정 수신을 확대할 수 없는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은 오히려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존재해 금리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보호한도 상향으로 각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할 '예금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 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의 입법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 달 25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된 건 지난 2001년(2000만 원→5000만 원) 이후 24년 만이다. 이번 개정에 따라 은행·저축은행 등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금융사 외에도 개별 중앙회가 보호하는 상호금융권(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의 보호한도도 모두 1억 원으로 상향된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라 금융소비자는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으로 이탈이 예상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자료(예금보험공사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 이동이 발생해, 저축은행 예금이 약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저축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약 100조 원인데, 단순 계산으로 16조~25조 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 이탈분만큼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거나, 예금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예금금리를 소폭 인상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전체 예금의 약 25%를 차지하는 상호금융의 경우 저축은행 대비 규모가 크고, 은행 대비 예금금리도 높아 대거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이 무한정 수신을 확보할 유인이 떨어지기에, 대규모 머니무브 발생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일례로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방안은 '예금'으로 한정된다. 사실상 무한정 수신을 받으면, 무한정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저축은행 대형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여전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업황 악화로 대출 자제 분위기 속 자칫 무한정 수신을 받아도 현금 회전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한정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예금이 과도하게 쏠릴 경우, 수신 유인 제한 차원에서 예금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신을 무한정 받아도 업황 악화로 돈을 굴릴 곳이 없어, 오히려 과도하게 수신이 들어온다고 판단할 경우 예금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업권간 머니무브보다 소형 저축은행에서 대형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또 은행권과 예금금리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머니무브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예금(1년) 금리는 2.89%였으며, 저축은행의 경우 2.98%, 상호금융의 경우 3.06%다. 은행과 금리 차이가 0.2%포인트(p)도 나지 않았다.
결국 은행권은 소폭 예금금리를 인상, 저축은행·상호금융은 소폭 인하하며 금리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자금이동과 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위해 상시점검 T/F를
구성해 대처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상호금융으로 유입된 예금이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방안'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라 금융사가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율이 인상될 전망이다. 예금보호한도가 증액되면 예보 입장에선 그만큼 보호해야 할 금액이 커져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사가 예보료율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보험공사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보호한도 1억 원 상향 시 예보료율은 △은행(23.1%) △금융투자(27.3%) △생보(13.8%) △손보(2.6%) 등 상향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현행 예금보험료율은 은행(0.08%), 보험(0.15%), 종합금융회사(0.15%), 새마을금고 0.13%, 신협(0.12%) 등인데, 인상률을 반영하면 은행 약 0.1%, 금융투자 0.19%, 생보 0.17% 등으로 인상되는 것이다.
다만 실제 대출금리 인상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경우 지난 2023년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서 이미 '예보료율'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보료율을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반영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의 경우 대출금리 인상 여지는 있다.
금융당국은 예보료율 적용 시점을 오는 2028년으로 정해 3년간 여유 시간을 뒀다. 금융사가 매년 예금 잔액의 0.1%를 예보에 특별기여금 형태로 채워야 하는 '예보채상환기금'을 납부하는 점 등 부담을 고려해서다.
다만 납부는 오는 2027년 종료되는데, 기금 납부가 종료되면 그만큼 금융사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한편 예보료율 개편으로, 금융사의 할인받을 수 있는 여력은 커졌다. 지난 3월 20일 예보가 예금보험위원회 의결을 통해 '차등 보험료율' 제도를 개편하면서다.
차등보험료율제는 금융사의 건전성 등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최대 ±10%p 다르게 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4년 예보는 금융사의 건전경영 유도 및 보험료 납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예금보험료를 차등 부과하는 '차등보험료율제'를 시행 중이다.
현행 업권별 표준 보험료율은 △은행 0.08% △보험·금융투자 0.15% △저축은행 0.4% 등에, 예보의 경영 위험 평가에 따라 △A+, 10% 할인 △A, 7% 할인 △B, 0% △C+, 7% 할증 △C, 10% 할증 등 5등급으로 나눠 구분된다.
개편안은 현행 5등급 내 3%p 할인·할증 구간을 신설해 7등급으로 세분화한다. 금융사 대부분이 B등급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 3% 구간을 신설해 경영 개선 유인을 제고한다.
디지털뱅크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배점은 확대하는 한편, 자본적정성·자본건전성은 높은 상관관계 등을 고려해 수익성 배점은 축소했다.
내부통제 배점은 확대했다. 내부통제시스템 운영 필수요소(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금융정보 관리 실태 평가, 사고예방 인사관리 등)를 고려한 평가지표를 신설하고, 최근 주요 취약 요인으로 지적되는 IT 관련 평가도 포함한다. 예보는 지난 3월 제도 개정에 이어, 지난달 29일 시행세칙 개정을 완료하며 올해 예보료부터 개편 차등 제도를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