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중국을 제외하고 '90일 유예' 방침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 식품과 패션, 뷰티의 물동량 증대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현지 법인은 물론 주요 유통 채널, 거래처를 망라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관세 여파로 인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가격경쟁력 압박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 속 가격 인상 전 재고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방침 이후 삼양식품 등 수출 중심의 식품업체를 비롯해 한세실업 등 K-패션 ODM 업체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관세 도입 발표 시기부터 현지에서 물동량 증대 요청이 많았지만, 대비할 여유가 없었다. 이후 유예 기간을 통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물량 공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법인이 유예 기간 동안 가능한 물량을 최대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물동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삼양식품은 오는 6월 밀양2공장 준공을 통해 연간 기존 18억 개에서 25억 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관세 유예 기간 동안 기존 공장에서 생산 라인 확대로 물량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패션 ODM 업체도 미국 현지 바이어들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업체들과 거래 중단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외 공장 물동량 증대 요청에 따른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한 ODM 업체 관계자는 "미국 현지 브랜드사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중국 생산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거래 업체들을 바꾸고 있다"면서 "관세 유예 기간을 통해 상대적으로 상호관세가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조기 선적 요청이 늘고 있으며 현재 전체 물량의 15% 이상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패션 브랜드 갭(GAP), 올드네이비(Old Navy) 등 ODM 업체 한세실업 측은 "조기 선적과 물동량 증대 요청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베트남, 남미 등 낮은 관세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뷰티 ODM의 경우 선크림을 중심으로 일부 사재기 수요 증가에 따른 여파를 예상하며 미국 공장 생산량을 늘리거나 국내외 협력사의 수출 주문량 변동 추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K-뷰티의 최대 수출 지역인 미국은 관세나 환율 등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의 생산량은 증가세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국내외 공장을 통해 현재 3억 5000만~4억 개 생산이 가능한 상태다.
코스맥스 측은 "불확실성 이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고객사 톱5(로레알, 시세이도,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등)의 경우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주문량이 늘고 있다"면서 "미국 직수출을 비롯해 국내 인디 브랜드 생산량 증가 등 공장 라인 증설 등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상호관세가 식품이나 뷰티 등 대상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미국 소비자 중심으로 가격 인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지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관세 유예 기간에 조기 선적이나 대량 물량 요청 등은 현지 분위기의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