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새로 건조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발생한 사고를 두고 북한의 무리한 '속도전' 때문이라는 분석도 23일 제기된다. 경제 발전 및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북한이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을 밀어붙이다 사고가 난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1일 동해 청진조선소에서 5000톤급 구축함 진수식을 개최했다. 이 함정은 지난달 25일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진수한 '최현'급 구축함과 같은 제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북한은 레일을 이용해 배를 측면으로 바다에 미끄러뜨리는 '측면 진수'를 시도하다 선수와 선미에 설치된 대차가 동시에 움직이지 못하면서 배가 대차 밖으로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배 하부가 파손되고 선체가 누운 듯한 모습으로 해상에 떠 있는 것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측면 진수' 방식은 선수나 선미가 바다를 향하게 진수하는 '정면 진수'나, 드라이독에서 배를 건조한 뒤 독에 물을 채워 자연스럽게 배를 띄우는 플로팅 진수 방식에 비해 배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배를 싣는 대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바다로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과한 진동이 발생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과, 올 들어 처음으로 5000톤급 배를 진수하는 북한이 대차가 견딜 수 있는 배의 무게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대차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남포조선소에서 건조한 5000톤급 구축함은 드라이독에서 건조해 물을 채워 진수하는 방식으로 바다에 띄웠다.
청진조선소는 남포조선소에 비해 시설과 입지가 좋지 않아 더 안전한 방법을 택했어야 함에도 북한이 일단 배를 띄워 국방부문의 성과를 도모하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남포조선소에서 첫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한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두 번째 5000톤급 구축함의 진수를 시도하다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달 25일 서해 남포조선소에서 개최된 '최현'호 진수식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dqdt.shop](http://image.dqdt.shop/system/photos/2025/4/26/7256652/high.jpg/dims/optimize)
김 총비서는 내달 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 전까지 사고가 난 구축함을 복원할 것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배의 상태를 봤을 때 한 달 남짓한 기간 내에 배를 다시 진수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특유의 '속도전'에 대한 집착이 김 총비서의 지시에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북한식 속도전의 문제는 다른 사업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은 2023년 총 세 번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두 차례 실패했다. 북한이 '성공'을 주장한 나머지 한 번의 발사의 대한 한미의 평가는 '과장'으로 결론난 상태다.
북한은 작년에도 군사정찰위성의 발사를 시도했으나 기계 결함으로 실패했다.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있었음에도 연이은 실패로 인해 2024년에만 3기의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북한은 10여 년 전에도 무리한 속도전으로 큰 실패를 맛본 바 있다. 지난 2014년 평양 평천구역에 건설한 23층 아파트가 완전히 붕괴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초엔 9개월 만에 완공된 평양의 53층 주상복합아파트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올해 초에는 남포시와 온천군, 자강도 우시군 등에서 음주 접대를 받은 간부들의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성과에 집착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 한 간부들의 비위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오는 12월 혹은 내년 1월에 지난 5년의 사업을 총화하는 당 대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에 대한 김 총비서의 '격노'는 남은 기간 경제 및 국방 등 모든 부문의 간부들이 '초긴장' 속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