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 겸 한양대 창업지원단 겸임교수(35)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청년 주거 정책과 관련해 의지와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강의실에서 뉴스1과 진행한 '3040, 차기 정부에 바란다' 인터뷰에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내놓은 청년 주거 정책이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여러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2021년 공익법인 십시일방을 설립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해 온 이 대표는 차기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로 보여주기식 간담회와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꼽았다.
이 대표는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할 수 있는 상향식 의사전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최근 일부 정당에서 시도하고 있는 '역공약'이 그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또 기본소득은 행동 변화를 예측할 수 없지만 기회소득은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에서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으로는 대학생의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공약이 부재한 점도 짚었다. 낮은 출산율에 대한 고민만큼이나 전국에 고립·은둔 청년 약 54만 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정치 기준)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할 논의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당사자이자, 관찰자로서 청년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지.
▶체감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국가로부터 자립정착금 1000만 원을 일시에 받고 자립수당 월 50만 원이 지급된다. 이 돈을 이용해 보증금 1000만 원·월세 50만 원짜리 방을 보게 되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수업하면서 만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취방에 해가 안 드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거환경이 안 좋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사회 진출이 점점 늦어지는 상황에서 10년 가까이 이런 환경에 살아야 하는 셈이다. '어딘가 누워 잘 곳이 있다'라는 말로 끝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여야 후보가 내놓은 청년 주거 주택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내놓은 '주민센터 주상복합'은 좋은 방향이다. 주민센터는 대부분 좋은 입지에 있어 대부분 차가 없는 청년들이 지하철과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다. 거기서 살며 학원도 다니고 일도 다니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 의지만 있다면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다만, (완수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김문수 후보의 반값 월세도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로만 할 수 없고, 원룸 건물주들이 참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 현장을 가보면 우리나라 원룸 거의 절반이 불법 개·증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리모델링해도 세대수는 같으니 움직일 요인이 적다. 이들을 설득할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결국 의지를 갖고 실행하는 게 핵심인가.
▶그렇다. 의지와 세밀한 설계가 중요하다.

-대선을 앞두고 청년 정책과 관련해 정치권이 해야 할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국회 등에서 간담회를 연다. 실제로 가본 적도 있지만, 더 가고 싶지는 않다. 한 시간 정도 돌아가면서 발언할 뿐,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문제에 접근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바텀업(상향식)으로 의사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톱다운(하향식) 의사전달이 많다.
청년과 정치를 이을 수 있는 소통로가 생겨야 한다. 일부 청년이 정치에 진출하지만, 진짜 청년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청년 비영리 단체에서 '역공약'을 내기도 하는데, 청년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직접 정치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더 필요해 보인다.
-주거 문제 외에도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있다면.
▶제일 중요한 걸 꼽으면 단연코 취업 문제다. 지금 학생들만 봐도 4학년이 되면 우울해지고 불안해한다. 취업이 너무 안 되니 주변과 연락도 끊고 고립·은둔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은둔 청년이 50만 명이라고 한다. 이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게 하기만 해도 경제활동 인구로 봤을 땐 50만 명이 태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다.
다만 일자리를 강제로 늘릴 수는 없다. 대기업은 성장이 둔화하고, 채용을 줄이고 있다. 결국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취업하도록 도와야 한다. 대기업에는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없는 육아와 관련된 복지제도를 국가에서 지원해 청년들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꼭 나쁜 직장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5년째 자립준비청년을 도우면서 느낀 제도의 빈틈이 있다면.
▶사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책은 급속도로 개선돼 왔다. 여야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경제적 지원책은 상당히 올라왔다. 문제는 지원받는 사람이 중복해서 받는 점이다. 예를 들면 민간 단체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을 때 관심이 있고 의지가 강한, 이른바 '상위권' 아이들만 지원한다. 중복수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진짜 지원이 필요하고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들에게는 지원이 안 되고 있다. 이 부분을 보완하려면 발굴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체계가 부족하다. 자립준비청년들을 관리하는 '자립 지원 전담 인력' 제도가 있는데, 한 사람이 100명 정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분들이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경해주면 좋을 것 같다.
-차기 정부에서 지양해야 하는 정책이 있다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부정적이다. 대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서 실험하고 있는 '기회소득'이라는 정책이 더 좋다고 본다. 예를 들면 경기도는 장애인이 8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하는지 스마트워치로 측정해 10만 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은 건강해지고, 사회는 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본소득은 행동 변화를 예측할 수 없지만, 기회소득은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제가 운영하는 십시일방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했다. 십시일방은 매달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약 3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있다. 기존에는 조건 없이 줬지만, 지난해부터 금융 교육, 요리 수업 등 특정 프로그램에 출석해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했더니 출석률이 정말 극적으로 변하더라.
-반대로 '이 정책은 필요하다'고 제언해 줄 수 있나.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영향력이 큰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천원의 아침밥'이라는 사업이 있다. 1000원에 아침 학식을 먹을 수 있는데, 아침 8시쯤 오면 줄이 늘어서 있다. 이 사업은 학생들에게 싼값에 식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찍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당장 학생들의 생활비를 아껴주지만 크게 보면 건강이 개선돼 의료비가 줄 수도 있다. 이렇게 사소한 정책 같지만, 임팩트가 큰 사업이 많아져야 한다.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한양대 창업지원단 겸임교수
한양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공강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하고 식권을 기부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졸업 이후에는 사회적 취약계층, 그중에서도 청년에 관심을 갖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주거지원을 하는 '십시일방'과 사회 성과를 측정하는 '임팩트리서치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주 ...뉴스1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3040세대(30~40대) 교수와 전문가를 릴레이 인터뷰한다.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소장(少狀) 학자들의 생각을 담았다. 현장과 소통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조기 대선에 임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