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둘러싸고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국내 정보기술(IT) 강자 네이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구글이 요구한 데이터 반출 결정권을 쥔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네이버에 국가공간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반출 결정 기한이 8월로 연기된 상황에서 국가 데이터 주권 확보는 물론, 자율주행 등 공간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국지원과 '국가 공간정보 활용 및 공간정보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네이버는 국지원이 보유한 항공 사진과 위성·정사 영상, 3차원(3D) 공간정보, 실내 공간정보 등 국가공간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랩스의 도시 단위 디지털트윈(현실과 같은 가상공간) 기술과 네이버 지도의 플랫폼 역량을 공간정보와 결합해 공간정보 정밀도를 높이고 위치 정보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3D 지도와 실내외 통합 경로 안내 등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의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정부가 답해야 하는 기한은 8월 11일까지로 결정됐다.

구글의 요구는 단순한 지도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등 신사업에 국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구글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는 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센서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하는 '룰베이스'(Rule-Base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FSD) 버전12부터 '엔드투엔드'(end-to-end)를 채택한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약 90%의 자율주행 기업이 룰베이스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지도 정보가 정밀할수록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요구하는 구글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승인 없이 반출 가능한 1대 2만 5000 축척 지도로도 기본적인 지도 서비스는 구현할 수 있다. 중국의 바이두는 현재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제공하지 않는 내비게이션, 자동차 길찾기, 도보 길찾기 서비스를 1대 2만 5000 축척 지도로 구현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업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관계자는 "지도가 필요없는 자율주행 기술 구현은 아직 멀리 있기 때문에 국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신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다. 이에 따라 국가공간정보를 활용하는 국내 기업의 공간정보 기술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 첨단산업 규모는 약 342조 원"이라며 "자율주행 산업은 현재 2조 6000억 원, 2030년엔 1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와 손잡고 지도 서비스 개발에 나선 네이버 공간정보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 받았다.
네이버랩스는 지난해 유럽컴퓨터비전학회(ECCV)에서 정밀 측위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AI) 기술 도구 '마스터'를 선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항공 사진과 AI로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는 ALIKE 설루션은 실제 도시를 재현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제공한다. 연구 비용을 줄이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자유롭게 테스트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네이버는 공간정보가 국가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민관 협력 기반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가 보유한 지도 플랫폼과 공간지능 기술들이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