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과 이미선 헌법재판관(55·26기)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올해만 7건의 탄핵 심판을 마무리한 헌재에는 경쾌한 분위기가 맴돌았고, 두 재판관은 후련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본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의 퇴임식에는 7인의 재판관을 비롯해 가족과 지인, 헌재 직원이 대거 참석했다.
157석의 대강당 좌석이 퇴임식 시작 전부터 가득 채워진 가운데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은 11시쯤 동료 재판관들과 입정했고, 헌법연구관들과 직원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 사건을 비롯해 11건의 탄핵 심판과 무수한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을 두 재판관 임기 내 결정한 헌재에는 후련한 심경과 밝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저는 오늘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칩니다"로 말문을 뗀 문 대행은 1190자(띄어쓰기 포함) 분량의 퇴임사를 모두 암기한 듯 소감을 밝히는 6분 내내 객석을 응시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보충되어야 한다"며 재판관 구성 다양화, 더 깊은 대화,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임사 말미 주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던 중 지인의 이름을 부르며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가족, 직원뿐 아니라 헌재 내 테니스 동호회 '파워테니스', 걷기 동호회 '뚜둥회'와 퇴임식에 참석한 고등학교 동문, 그리고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에 대한 감사 표시도 잊지 않았다.
문 대행은 "보이는 곳에서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재를 응원하겠다"고 끝맺었다.

1260자 퇴임사를 준비한 이 재판관은 "국민의 기본권 향상과 법질서 수호에 기여를 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모두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분의 공"이라며 구성원 모두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10건의 탄핵 심판과 다수 권한쟁의심판에서 문 대행과 인용 또는 기각 등 매번 같은 의견을 낸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고 짚었다.
판사 출신인 남편 오충진 변호사와 아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임사를 낭독한 이 재판관은 "부족한 점을 이해해 주고 공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행과 이 재판관은 20여 분의 퇴임식 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참석자들을 직접 찾아가 악수를 건넸다. 헌재를 대표해 헌재소장 비서실장과 직원, 헌법연구관이 꽃다발을 증정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두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본관 분수대 앞에서 전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11시 32분쯤 헌재를 떠나며 6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9인의 헌법재판관들은 이날 오전 퇴임식에 앞서 헌재 내에서 30여 분간 티타임을 갖고 소회를 나눴다. 최근에는 간단한 식사 자리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재판관의 퇴임 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행은 2019년 후보자 시절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신고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이 후임자 없이 헌재를 떠나면서 문 대행이 이어받은 권한대행직은 김형두 재판관이 맡을 전망이다.
헌재법에 따라 권한대행 공석 시 선임재판관이 직을 맡고 7일 내 재판관회의를 열어 공식 선출 절차를 거친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선임자가 권한대행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